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집안 내력이 위가 좋지 못하다. 그래서 매운것은 일절 못먹는다.

두통때문에 계속 진통제를 먹어서 위가 좋지 못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위가 편한날이 없었다. 때론 걱정도 되었다. 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닌가? 혹시 내 위에도 헬리코박터가 존재하는 것은 아닌가?
오랫동안 위에서는 강력한 위산이 나오기에 세균이 살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당연히 무균상태로 믿었는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발견되자 학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헬리코박터균은 위 점액 속에 많이 사는 몸길이 0.004mm의 세균으로, 몸속에서 우레아제라는 효소를 만들어 요소를 분해해 알칼리성 암모니아를 만들어 위산을 중화시킨다.
이 때문에 강산성이라는 혹독한 환경에서도 거뜬히 살아간다.
1970년대에 광섬유 위내시경이 도입되면서 위 내부를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다. 1979년 호주 병리학자 로빈 웨렌Robin Warren은 내시경을 마친 위염 환자의 위점막에서 나선형 막대 모양의 세균을 발견했다.
그는 이 세균이 위염을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추정했다. 하지만 근거가 부족했다. 위염이 생기고 난 다음에 세균이 들어왔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워렌의 발견에 흥미를 느낀 호주 생리학자 배리 마셜Barry Marshall은 이 세균을 다양한 조건에서 배양했다. 하지만 전혀 배양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세균은 분열이 빨라서 1~2일 안에 배양할 수 있다. 1982년 마셜은 나흘간의 부활절 휴가를 마치고, 연구실로 돌아 왔을 때 흥미로운 광경을 목격했다. 마치 알렉산더 플레밍 Alexander Fleming이 우연히 푸른곰팡이를 발견한 것 처럼, 실수로 치우지 않고 배양기에 넣어두었던 세균 배양접시에서 1mm가량의 세균 덩어리를 발견한 것이다.
증식 속도가 빠른 일반적인 세균과 달리 이 세균은 증식 속도가 아주 느렸던 것이다. 난제가 해결되자 연구에 속도가 붙었다.
위에서 발견된 이 세균은 위,십이지장 궤양을 앓고 있는 환자 대부분에서 발견되었으며, 위점막에 염증을 일으킨다는 것도 알게되었다.
마셜은 배양된 세균이 궤양의 원인이라는 것을 증명하려 했다.
그는 돼지 등의 실험동물에 세균을 먹였지만 위염이 생기지 않았다. 그러자 마셜은 이 세균이 인간에게만 감염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세웠다.
오직 인간의 위에서만 살아가는 특별한 세균이라는 것이다. 가설을 세우는 것은 뛰어난 통찰력과 능력을 요구한다.
인간에게만 병을 일으킨다는 가설을 증명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병에 걸리려고 자원해서 시험에 응하는 사람이 있을까? 결국 마셜은 자기 자신이 실험대상으로 삼아 세균이 담긴 50mL의 용액을 단숨에 마셔 버렸다.
그는 곧 심한 위염을 앓았고, 내시경 검사를 거쳐 위 속의 세균을 발견했다. 마셜은 세균감염으로 위염이 생긴다는 것으 확증했다.
이 세균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다. 헬리코박터는 헬리콥터를 뜻하는 나선 모양의 막대기 균을, 파일로리라는 유문(위와 십이지장의 경계)을 뜻하는 것으로, 유문에서 별견되는 나선형 막대균이라는 말이다.
헬리코박터균 감염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만성위염을 일으키고, 이어서 위 점막이 줄어드는 위축성 위염이 나타난다. 위산 분비가 늘고 심하면 위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이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위암 발생 위험이 두 배 이상 높다. 위궤양의 80%, 십이지장궤양의 90%이상에서 헬리코박터균이 발견된다.
헬리코박터균은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감염돼 있을 정도로 흔하다. 우리나라 성인의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은 43%다. 2005년에는 59%에 이를 정도로 높았지만, 지금은 하락 추세에 있다.
생활양식이 점차 서구화되면서 젊은층의 감염률이 떨어졌고, 이대로 가면 미국처럼30%이하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나라에서 감염률이 높은 이유는 짜고 매운 음식을 선호하고 국이나 찌개 등을 함께 먹는 식습관과 관련 있다.
헬리코박터균을 제균하려면 1~2주 항생제를 먹으면 된다.
헬리코박터균을 없애면 1년 안에 재발할 확률이 2~3%정도로 낮아진다. 심한 위염, 위.십이지장궤양이 있거나 조기 위암 수술 후 헬리코박터균이 발견되면 반드시 제균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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